신중년 사회공헌활동 사전직무교육에서 올해 키워드는 서로 관계를 맺고 영향을 주고받는 ‘초연결사회’라고 했었다. 우리는 서로서로 관계를 맺으며 연결되어 있다.
서로서로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 그중에서도 우리 학습자들에게 나는 과연 어떤 역할을 하며 그들과 연결고리를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해 봤었다. 내가 하는 활동은 문해 학습자들을 위한 안내자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분들보다 조금 더 일찍 배웠기에 나의 배움을 나눠주는 역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연결되어 있는 고리처럼 함께 가는 것이었다. 어느 날 학습자 말씀이 생각난다. 설렘과 떨림과 두려움을 안고 긴 시간이 걸려 한글을 배우고 나니 이제는 꼬부랑글자를 배워야 한다며 ‘한글보다는 쉽겠지’ 라는 생각을 살짝 했었지만 큰 과오였다는 걸 깨우치는 순간 그만두고 싶었다는 학습자가 지금은 한 글자 두 글자를 익혀 단어에 도전하고 있다.
이렇듯 인간만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문자도 연결되어 있고 세계도 연결되어 있다. AI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기계와도 가깝게 지내야 한다. 또한 나 역시 키오스크를 처음 접했을 때 뒤에서 기다리는 사람에게 양보하느라 그냥 나오기도 여러 번이었다.
내가 함께하는 학습자들의 연령대가 60대 이후 그중에서도 70대가 가장 많고 80대도 계신다.시력도 안 좋아 기계와 접하는 게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키오스크 기계가 학교 교실로 왔을 때부터 학습자들 스스로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시더니 지금은 식당에서도 테이블에서 음식을 주문하신다며 어깨를 으쓱하신다.
정말 대견하신 우리 학습자님들이다. 이렇듯 배움이란 연결에 연결을 거듭하며 세계로 동화되어 간다고 생각한다. 우리 학습자님들 소원이 친구한테 자신 있게 커피 사는 거라고 했었는데 이제는 카페 가면 자신이 먼저 나서서 키오스크로 달려가 꾹꾹 누르면서 “뭐 마실래?”라며 말하는 자신이 행복하다고 하셨다. 스마트폰을 열고 앱 설치도 하신다.
어느 날 「에이닷」 앱을 설치했다. “「에이닷」에게 궁금한 것은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기발한 질문들을 하셨다. 놀이를 하시는 듯 아주 즐겁게 묻고 계셨다. 어린아이가 즐거운 놀이를 하듯이 우리 학습자들도 해맑아 보였다. 하루는 「나의 인생 나무 꾸미기」를 했다.
완성 후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었는데, 개개인의 사연을 들으며 눈물도 흘리고 서로 위로도 하며 힘겹게 살아온 모진 세월 지금은 공부로 보상받았다며 이런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주어질 줄 꿈에도 몰랐다며 감사함을 표현하시는 아름다운 우리 학습자님들! 가슴이 함께 동화되어 연결고리를 만들었던 시간을 가졌었다.
이번 여름은 유난히 더웠다. 34도를 넘나들며 지속되는 폭염임에도 땀을 뻘뻘 흘리며 학교로 오시는 학습자님들께 감사했다. 가을 어느 날 파란 하늘에 몇 조각 떠 있는 구름을 보며, 세종대왕 역사문화관으로 체험학습을 갔었다. 어떤 분은 메모지에 뭔가를 열심히 적고 계시고, 읽으시면서 “나도 아는 게 있네.”라며 얼굴이 빨갛게 상기되기도 하셨던 학습자님, 각각 나름의 방법대로 익히고 관찰하며 미소 짓고 계시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웠었다.
현장 체험학습은 학습자의 마음을 젊어지게 하는 마법 같다. 우리 학습자들의 장점은 서로서로 돕는다는 것이다. 알고 있는 부분을 잘 나눠주는 멋진 분들이시다. 내가 아는 것은 모르는 사람을 위해 아낌없이 나눠주실 줄 안다. 그에 맞춰 나 역시 도움이 필요하신 분께 힘껏 도와드렸던 올 한 해다.
올 한 해 학습자들께 좀 더 나은 마음의 아름다움이 쌓였길 기대한다. 이런 유능한 학습자가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자신이 있는 곳에서 다른 곳으로 다른 곳에서 또 다른 곳으로 전달하고 전달하여 연결고리가 만들어지며 온 세상이 밝게 빛났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해 본다.
어느덧 2024년도 마무리해야 할 시점이 왔다. 신중년 사회공헌 사업 덕분에 학습자들도 나도 여러 면에서 도움이 많이 된 것 같아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신중년 사회공헌 관계자님 감사합니다.^^